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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다이어트

불 끄고 하는 운동? DARK FITNESS

뷰티쁠 8월호

어두컴컴한 클럽 조명 아래서 복싱을 해봤다. 고작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다는 게 이렇게 큰 기쁨일 줄은 미처 몰랐다.

톱과 쇼츠 모두 룰루레몬.
최근 ‘모던핏’이라는 운동을 시작했다. 현대무용의 기본 동작에 근력 운동을 결합한 것으로 운동 효과가 꽤 좋아 주변인들에게 전파하는 중이다. “같이 하자! 모델 A도 우리 반인데 엄청 잘해. 가운데서 딱 중심을 잡아준다니까?”라고 운을 떼면 열에 다섯은 이런 반응을 보인다. “헐, 모델이랑 같이 하면 비교되잖아. 거울 속 내 꼴이 보기 싫을 듯.”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나 역시 운동 중 거울 속 타인들에게 시선을 빼앗긴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내 자세에 집중하는 척 옆 사람의 몸매는 어떠한지, 어려운 동작은 잘하는지 무의식중에 힐끔거리고 있었던 거다. 이렇게 장황한 서론을 늘어놓은 까닭은 얼마 전 접한 신기한 운동 때문이다. 최근 유행 중인 EDM 요가, 점핑하이처럼 어두컴컴한 클럽 조명 아래서 하는 ‘다크 복싱’이 그것.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크다는 소문을 듣고 강남에 위치한 ‘비스트 플래닛’을 찾아갔다. 낮 3시의 쨍쨍한 해를 뒤로하고 어둑한 지하 센터에 도착, 나를 포함한 5명 모두 입구에서 나눠준 검정색 운동복을 입고 복싱장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불이 꺼지고, DJ가 음악을 틀자 쿵쾅거리는 비트에 맞춰 심박수도 빨라지는 느낌. 처음 30분은 맨몸 근력 운동을 했는데, 눈앞에 보이는 건 선생님의 실루엣뿐 거울은 어디에도 없었다. 혹시나 해서 옆 사람 얼굴을 힐끔 봤지만 자세한 생김새는 읽히지 않았다. 오로지 선생님의 큰 구령 소리와 DJ가 플레이하는 EDM 사운드에 의지한 채 스쿼트와 플랭크, 복근 운동 등을 빠르게 이어 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시각 정보가 차단되니 지구력이 향상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늘 20초가 한계였던 플랭크를 30초까지 버텨낸 것.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끄~응!’ 하고 신음 소리를 섞어 가며 ‘마지막 5초!’를 참아냈다. 몸이 덜덜덜, 추하게 떨리고 오만상을 찡그렸지만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으니 상관없다. 칠흙 같은 어둠과 현란한 EDM이 오히려 몰입감을 선사한 거다. 마지막 15분은 쉼 없이 방방 뛰며 펀치를 날리는 복싱 타임! 난생처음 배우는 복싱 동작이었는데, 거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꽤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주변의 시각 정보를 차단하니 역으로 내 움직임에 더욱 집중하게 된 것이다. 거울 속 내 모습을 살피는 게 아닌, 몸 그 자체의 동물적인 감각을 사용해 ‘원투, 잽잽’을 날리는 기분이 묘했다. 진짜 몸을 ‘쓰는’ 느낌이랄까? “다이어트를 목표로 짐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몸에 자신감이 없는 상태예요. 어둠 속에서는 그런 단점들이 덜 노출되니 남을 의식하거나 소심해질 필요가 없죠.” 비스트 플래닛 강남점 트레이너 아미의 설명. 같은 맥락으로, 살이 쪄서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의 육체를 계속 마주할 일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우울한 감정 따윈 잊고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쁨. 그렇게 15분쯤 팔짝팔짝 뛰며 팔을 휘둘렀더니 온몸의 땀샘이 폭발했다. 머리는 산발이 되고, 땀과 피지에 뒤엉켜 눈썹은 다 지워졌겠지만 애써 고칠 필요도 없다. 후에 심리학 박사 장근영에게 이러한 경험을 털어놓았더니 대수롭지 않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의 성향 중 하나예요.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죠. 의식만 하나요? 남에게 불필요한 간섭 또한 잘하죠. 헬스장에서 맞닥뜨리는 타인들을 힐끔거리는 것도 일종의 간섭인데, 자기가 그런 행동을 하다 보니, 본인 또한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는 겁니다.” 헬스장에서 누군가로부터 관찰의 대상이 된다는게 불쾌했던 데는 나 역시 누군가를 간섭하고 있었고, 그래도 된다는 심리가 깔려 있었던 거다. 통화 말미에 그가 물었다. “근데 거기 다니시게요? 운동하는 곳은 어두우면 안 돼요. 불편하고 위험하죠. 아무리 이런 류의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한들 저는 좀 아닌 것 같네요.” 맞는 말이다. 분명 초보자들에겐 위험할 수 있는 환경이다. 운동 감각이 없는 사람들은 따라 하기 벅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디터는 다크 피트니스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됐다. 그 모든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다는 장점 하나가 매우 컸으니까. 만일 밝은 형광등 아래서 트렌디한 레깅스 따위를 입고 처음 보는 남녀가 한데 모여 복싱을 배웠다면 ‘과연 난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을까?’, ‘살이 삐져나온 모습과 맨 얼굴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업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참 엉뚱하게도 그동안 얼마나 타인의 시선을 감내하며(?)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았었는지를 비로소 실감한 하루였다. 다행히 업무 스트레스도 잘 풀고 돌아왔다.
photographer 김태선 Model 이민조 Makeup&Hair 정지은 Location 비스트플래닛
에디터 : 임현진 | 업데이트 : 2018-08-27 00:00:00  대한민국 최고의 뷰티 매거진 www.beautyp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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